<p></p><br /><br />"원래 배우는 그런거다" <br> <br>이름 있는 영화인이 운영하는 연기 학원의 미성년자 수강생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원장에게 들었다는 말입니다. <br> <br>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합니다. <br> <br>연기 학원 원장은 사귀는 사이였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수상한 연기학원의 실체, 탐사보도팀 이은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 <br> <br>[리포트]<br>지방에 새로 연기학원이 들어선 건 수년 전, 중년의 원장은 과거 꽤 이름 있는 영화인이었습니다. <br> <br>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다혜 양(가명)은 기회가 생겨 기뻤다고 했습니다. <br> <br>[다혜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“학원 (설립) 포스터를 보고 바로 달려갔어요. 연기가 꿈이었기 때문에. 부모님 설득해서 학원을 (등록했어요.)" <br> <br>그러나 이후 원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. <br> <br>첫 성폭력은 독립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졌다고 합니다. <br><br>[다혜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“제 표정에서 감정이 너무 안 나온다고 따로 원장실로 불러서 몸을 더듬고 하다 (원장이) '불감증인가?' (당시에는) 불감증 이런 말을 들어도 솔직히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.” <br><br>그리곤 집과 모텔에서 일 년간 성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. <br><br>[다혜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"다짜고짜 집으로 부르셨어요. 방 네 개가 있었거든요. 책방(서재) 같은데 불러서 그냥 딱 하나 (옷을) ‘까.’" <br><br>[다혜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"(처음엔) 놀랐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, 대담한 척 했죠. 왜냐하면 많이 들어왔고 그 사람한테. 여배우로서 감독이든 매니저든 몸을 바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. 수없이 말했어요.” <br> <br>정신적으로 세뇌된 상태라, 성폭행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게 다혜 양의 주장입니다. <br> <br>당시 상담을 받았다는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봤습니다. <br> <br>[정신과 전문의] <br>"(그 때 병원) 온 게 한 다섯 번이었어요. 괴롭힘 당하고 있다. (성적으로요?) 네. 연기 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이 끊기니까 그냥 참고 내가 해 나가야 된다고." <br><br>다혜 양이 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모텔의 관계자들은 원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. <br> <br>[모텔 관계자] <br>"말씀하신 검은 색 그 차는 여러 번 봤어요" <br><br>[모텔 관계자] <br>"여기다 (차) 대는 거 많이 봤었어. 되게 큰 차가 왔네. (얼마나 있다 갔어요?) 금방 안 나갔지. 금방 가지는 않았어." <br> <br>학원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. <br> <br>[전 학원 관계자 A씨] <br>"신적인 존재였어요. 영화계나 연기 생활은 이분 눈 밖에 나는 순간 못하겠구나." <br> <br>[전 학원 관계자 B씨] <br>"뭐 (영화배우) 누구도 키우고 대단한 분처럼 막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. 애들 사이에서는 정말 신적인 존재였어요.” <br><br>전문가들은 다혜 양 주장이 사실이라면,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여 성폭력을 거부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'그루밍 성폭행'을 의심했습니다. <br><br>[이현숙 / 탁틴내일 성폭력상담소 대표] <br>"뒤늦게 피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도 자기한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신고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게 그루밍 성범죄의 특성입니다." <br><br>원장을 만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. <br> <br>원장은 당시 다혜 양과 사귀는 사이였다며 그 증거로 주고받은 다정한 내용의 메시지를 일부 공개했습니다. <br><br>집으로 부른 건 촬영을 위해서였고, 모텔을 여러 번 간 건 맞지만 오히려 집에 가기 싫다는 다혜 양의 요구로 갔을 뿐, 성관계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. <br><br>[연기학원 원장] <br>"당연히 부인을 하죠. 모텔을 한 번 간 게 아니라 그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몇 번을 가기는 했는데 (같이는 안 들어가셨다는 거죠?) 아니 가서 (방을) 같이 잡아주고 (나는) 나온 적 있죠." <br><br>이 원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은 두 명 더 있습니다. <br> <br>이들은 공통적으로 원장실로 불려가 탈의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. <br> <br>[영희 양(가명)/ 전 학원생] <br>"옷을 벗어요? 여기서요? 했더니 뭐 부끄러우냐고 서울에서는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다. 연예인들 자기 앞에서 옷 다 벗고 티비에서 나온 춤 그대로 춘 적도 있다(고 했어요.)" <br><br>원장은 향후 촬영에 대비해 신체를 봐둘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. <br> <br>[연기학원 원장] <br>“(연기자가) '허리든 등이든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는 거를 원치 않아' 이러면 사실 연기하는 데는 곤란하다고 봐야 되거든요. 맨날 먹고 있고 체형 관리도 안 된 애들한테 자극을 주기 위해서.” <br><br>세 학생은 원장이 평소에도 여배우의 성상납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. <br> <br>[영희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"'주조연급으로 꽂아줄테니 나랑 한 번 자자, 이러면 너는 어떻게 대답할 거냐'라고." <br><br>[다혜 양(가명) / 전 학원생] <br>"직업으로 삼으려면 몸 파는 거는, 대주는 거는 흔한 일이야(라고 말했어요.)" <br><br>원장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와전됐다고 설명했습니다. <br> <br>[연기학원 원장] <br>"웃으면서 '스폰은 아무나 받냐 근데?' 그러면 웃길 줄 알고 나는. 모멸감을 느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." <br><br>다혜 양은 성인이 되고 뒤늦게 피해를 인지한 탓에 고소 여부를 망설이고 있고, 이 원장은 다혜 양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. <br> <br>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. <br> <br>elephant@donga.com <br> <br>PD 김종윤 석혜란 <br>구성 손지은